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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역사상 이런 규모는 처음" — 15년 만의 반전
국세청 고액체납자 명단 맨 꼭대기에 15년 가까이 이름을 올려온 사람이 있습니다.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 시도그룹 회장입니다.
국세청은 2026년 10월 7일,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성과를 발표하면서 권 회장이 개인 체납액 3,938억 원 전액을 완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7월 말에 현금 1,000억 원을 냈고, 남은 약 2,938억 원은 납부계획서를 내고 해외 선박 5척을 담보로 맡겼습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만큼 큰 체납 세금을 받아낸 것은 국세청 역사상 처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현금 1,000억 원 자체도 국세청이 체납자에게서 한 번에 받아낸 금액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일본·홍콩을 오가며 키운 선박 제국
권혁 회장은 1990년 선박관리업체 시도물산을 세운 뒤 한국·일본·홍콩 등에서 해운 사업을 키웠습니다. 이후 '시도상선', '시도그룹'으로 알려지며 업계에서 '극동의 선박왕'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 구분 | 내용 |
|---|---|
| 이름 | 권혁 (시도그룹 회장) |
| 별명 | 선박왕, 극동의 선박왕 |
| 사업 | 1990년 시도물산 설립 → 선박관리·해운업 |
| 활동 무대 | 한국·일본·홍콩 등 |
| 체납 시작 | 2011년 종합소득세 등 부과분 |
배는 바다 위를 떠다니고, 선적(배의 국적)은 라이베리아·파나마처럼 세금이 적은 나라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해운업의 특성 때문에 '어디에 사는 사람인지', '소득이 어디서 생겼는지'가 이 사건 내내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세법의 '거주자' 개념이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우리 세법에서 거주자로 인정되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번 소득에도 한국 세금을 내야 합니다. 반대로 비거주자라면 한국에서 생긴 소득에만 세금이 붙습니다.
권 회장 측은 2011년 국세청 과세 이후 2012년 3월 불복 절차에 들어가면서 "나는 국내 거주자가 아니므로 낼 세금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내세웠습니다. 사업 근거지가 홍콩·일본 등 해외에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반면 국세청과 검찰은 실제 생활과 사업의 중심이 한국에 있었다고 봤고, 해외에 세운 특수목적회사들이 세금을 피하는 통로로 쓰였다는 시각이었습니다.
형사재판은 집행유예, 세금소송은 결국 국세청 손
2011년 — 국세청이 종합소득세 등을 부과. 이 고지분이 이후 15년 체납의 출발점이 됩니다.
2012년 3월 — 권 회장 측, "국내 거주자 아니다"며 불복 절차 시작.
2013년 2월 — 형사재판 1심, 징역 4년·벌금 2,340억 원 선고, 법정구속.
항소심 — 대부분 혐의가 무죄로 바뀌고 일부(약 2억5천만 원 규모 포탈)만 유죄,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
2016년 2월 18일 — 대법원,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확정. 같은 시기 세금(행정)소송은 일부 파기환송돼 세액 재산정 절차로.
2024년 — 대법원이 세금소송에서 납세 의무를 최종 인정. 그러나 이후에도 체납액을 내지 않음.
2026년 1월 — 국세청,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출범(해외자금 추적팀부터 가동).
2026년 6월 — 권 회장,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받음.
2026년 7월 말 — 현금 1,000억 원 납부.
2026년 10월 7일 — 국세청, 3,938억 원 전액 완납 계획 공식 발표.
정리하면, 형사재판에서는 처벌 수위가 크게 낮아졌지만 세금 자체는 내야 한다는 결론이 2024년에 최종 확정된 셈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판결은 났는데 국내에 권 회장 명의 재산이 사실상 없어서, 받아낼 방법이 막막했던 것이죠.
국내엔 재산 '0', 그래서 바다 건너로 쫓아갔다
국세청이 꺼낸 카드는 해외 재산 추적이었습니다. 올해 1월 출범한 고액체납 특별대응 TF는 해외자금 추적팀을 먼저 가동하고, 아래와 같이 움직였습니다.
| 조치 | 내용 |
|---|---|
| 정보 공조 확대 | 주요 국가에 대표단 파견, 긴급 정보회의 개최 |
| 협약(MOU) 체결 | 라이베리아와 징수 공조·정보교환 협약, 헝가리·벨기에·영국·뉴질랜드와 징수 공조 협약 |
| 법률 검토 | 해외 압류가 어려운 재산에 대한 연구용역·법률자문 |
| 세무조사 | 2026년 6월 특별 세무조사 |
특히 눈에 띄는 나라가 라이베리아입니다. 라이베리아와 파나마는 전 세계 선박이 국적을 많이 두는 대표적인 '편의치적' 국가입니다. 이번에 담보로 잡힌 선박 5척도 라이베리아·파나마 선적으로 보도됐습니다.
국세청 쪽에서는 권 회장이 이런 압박 속에서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해외 선박까지 추적·압류 대상이 되면 해운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마다 숫자가 다른 이유, 한 번에 정리
기사에 따라 '약 4천억', '3,938억', '7,902억', '8천억' 등 숫자가 다르게 나와 헷갈리셨을 텐데요. 아래 표로 보면 간단합니다.
| 항목 | 금액 | 설명 |
|---|---|---|
| 개인 체납액 | 3,938억 원 | 2011년 종합소득세 등 고지분. '약 4천억'은 이 숫자를 반올림한 것 |
| 이미 낸 돈 | 1,000억 원 | 2026년 7월 말 현금 납부 |
| 남은 돈 | 약 2,938억 원 | 납부계획 제출 + 해외 선박 5척 담보 |
| 장부상 총 체납 | 7,902억 원 | 개인분 + 2차 납세의무를 진 법인들의 체납 지정액 포함 |
| 정리될 규모 | 약 8,000억 원 | 개인분을 완납(또는 담보 강제징수)하면 법인 2차 납세의무분도 함께 소멸 |
'약속'에서 '완납'까지, 그리고 다른 체납자들에게 보내는 신호
① 아직은 '완납 약속' 단계입니다. 1,000억 원은 들어왔지만 나머지 약 2,938억 원은 납부계획과 담보로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선박 가치 평가와 감사원 사전컨설팅 결과, 실제 납부 일정에 따라 최종 마무리 시점이 정해질 전망입니다.
② 해외 재산 추적의 선례가 생겼습니다. 국내에 재산을 두지 않고 해외로 돌리면 못 걷는다는 인식이 이번 사례로 크게 흔들렸습니다. 국세청은 TF를 정식 조직으로 바꿔 세무조사와 체납 추적을 묶은 특별조사팀을 서울청 조사4국 등 전국 지방청 비정기 조사국에 처음 설치하고, 11~12월 전문 인력을 뽑을 계획입니다.
③ 성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 매달 부가세·종소세를 꼬박꼬박 내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입장에서는 "15년이나 걸렸다"는 점이 아쉽지만, 고액 체납자도 결국은 낸다는 원칙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